[Review] 터널(2016)

저 구할 수 있는거죠?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  큰 계약 건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뿐이며, 그가 가진 것은 78% 남은 배터리의 휴대폰과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구조대는 오늘도 터널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대형 터널 붕괴 사고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정부는 긴급하게 사고 대책반을 꾸린다. 사고 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은 꽉 막혀버린 터널에 진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구조는 더디게만 진행된다. 한편,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은 정수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통해 남편에게 희망을 전하며 그의 무사생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은 결국 인근 제2터널 완공에 큰 차질을 주게 되고, 정수의 생존과 구조를 두고 여론이 분열되기 시작한다.

 

사실 재난 영화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과 결말도 비슷하여 즐겨 보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의 평이 좋아서 보게 되었다. <터널>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너무나 현실적인 재난 영화이다. 지금까지의 재난 영화들은 다른 재난 영화와 달리 영화를 보는 내내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재난 현장에 나타나 한번 더 사진을 찍으려는 정부 고위 관계자, 특종을 잡기 위해 자극적인 이슈에만 집중하는 언론이라던지, 어느 순간 자신의 이익에 배반한다 생각 되면 싸늘하게 돌아서는 여론이라던지 우리 사회가 가지는 사회 문제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허구적 설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세월호 사건과 올해 경주의 지진 발생과 관련하여 미흡한 정부의 대처를 보아 왔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슬픈 우리의 자화상를 낱낱이 보는 기분으로 끝까지 긴장감 있게 볼 수 있었다.